이렇게 헤매던 중 내 레이다에 걸린 식탁셋이 있었는데...
식탁만으로 터져 나갈 것 같은 아주 좁은 원룸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이고 사용하는 사람이 아마도 학생인지, 책상위도 상태를 알 수 없게 뭐가 잔뜩 올려진데다, 의자 6개 중 4개는 다른 곳에서 다른 친구가 가지고 있어 자신은 2개만 가지고 있다는 요상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가격이, (그렇다) 가격이 매력적이었고 식탁의 모양과 길이, 크기 등이 딱! 마음에 들었다.
한참 이전 거래가 쫑나서 실망하고 있던 나는 그래도 다시 용기를 내어 주인에게 메일을 띄워 보았다.
안녕, 식탁셋트 관심있는데 지금도 가지고 있니? 그럼 한 번 봐도 될까?
- Sure! 언제든지 보러 오는 것 환영이고, 다만 오기 1시간 전에는 통보해 주면 내가 집에 가 있을께. 내 전화번호는 ***이고 집 주소는 ***이야. 사기로 결정했다면 나머지 의자 네 개는 너 편한 시간에 알스톤에서 픽업할 수 있어. 라이언.
이 주인분은 if라는 말 대신에 무려 provided라는 성문종합 영어에나 나올법한 고급 접속사를 쓰넹! 그런데 뭔가 머리가 복잡했다. 그 나머지 네 개의 의자를 가져올때 돈을 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미리 돈을 줘 버리면 나머지 네개는 못 주겠다고 쿨한 여기 얘들처럼 '미안' 하면 또 어쩔 것인지, 한번에 그 의자 6개를 다 픽업할 수 있게 스케줄이 맞춰 질 건지.. 그런데도 이 메세지를 보니 왠지 마음이 기울었다. 정작 이 책상은 정말 멋지고 블라블라하는 말은 별로 없는 대신, 사람들이 잘 올려 놓지 않는 의자의 크기까지 삼차원으로 다 적어 놓은 것은 그렇다 쳐도 의자와 테이블 상판의 두께까지 적어 놓은 것으로 보아 내 생각에 이 주인분은 공대 출신일것이 분명했는데 왠지 이런 구석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도 말만 하고 시도해 보지 않던 U Haul트럭을, 물건을 보지도 않고 빌려서 일러준 주소로 찾아갔다. 사진처럼 진짜 이상하면 어쩔 것인가..하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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