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침에 학교에 다녀왔다. 다음주 월요일이 개학인데 아이의 학급도, 아침에 몇 시에 가야하는지, 준비물이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Call Back이라는 말 정말 좋아하는데 Call Back 해 준다는 사람치고 Call Back 해 주는 사람이 없다.
지우가 지난 화요일 학교 등록마치면서 입학 담당자가 이메일이나 Call Back 할 거라고 얘기하더니, 그 주 목요일날 언어 레벨 테스트까지 마쳤는데 여즉 연락이 없었다.
모르는새 어제 open house, 우리로 치면 선생님과 처음 인사하고 준비물등 서류받는 행사(우리로 치자면 학부모 간담회?)까지 놓쳤다. 어제 옆집 로아엄마가 말해줘서 open house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한국에서는 이거 다 담임선생님이 혼자 알아서 하는 부분이다. 이 사람들은 알고보니 전입학 업무만 담당하는 담당자가 저학년, 고학년 따로까지 두고 있는데도 반배정, 그게 도대체 5일이 넘게 걸릴 이유가 뭐일까?
아침에 학교 프론트로 갔다. 쎄--한 얼굴로 갔다. 누군가 언니는 웃을 때는 너무 좋은 사람 같은데, 또 쎄-한 표정하고 있으면 정말...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났다.
아이가 지난 화요일에 등록했고 랭귀지 테스트 목요일에 마쳤는데 학교에서 아직 연락이 없어 찾아왔어요.
- 담당이 J인데 이전에 만났죠?
네.
- 잠깐만요. 옆 방에 있어요.
J 나 나왔다. 내가 보이자 지우를 알은 체 한다.
지난 화요일 등록하고 갔는데 아이 학급이랑 통보해 준다더니 아무 연락이 없어 어제 open house 까지 놓쳐서 찾아왔다. 다음 월요일이 개학 아니니? 지금 목요일인데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
- 어.. 잠깐만...
교감 선생님 방에 들어가더니 또 한참을 뭐라 얘기한다.
그 방에서 내가 앉은 자리, 내 얼굴이 다 보인다. 세 사람이 쑥덕쑥덕 이야기 하는데 아무래도 감으로 내 얘기하는 듯. open house 어쩌고 저쩌고.. 최대한 냉랭한 얼굴로 빨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오가는 다른 선생님들 문 여는 것도 도와가면서.. 한참을 얘기하고 J가 나에게 온다.
- 어..그게 너네 딸은 B선생님 반이야. 아이가 한국에서 1학년을 5개월 다녔쟎아. 그래서 얘를 1학년 넣을지 2학년 넣을지 고민했어.
지난 주 목요일 랭귀지 테스트 받을 때, sheet에 보니 아이 신상 정보에 이미 1학년으로 배정해 놓은 거 내가 봤는데 무슨 소리야?
-어.. 그... 랭귀지 테스트 레벨 정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쟎아.
그래서, 그 이중언어 선생님께서 아이 레벨 바로 너한테 연락 안 해 줬니? 그 날 바로 레벨 정하시던데?
-아,, 아니 그 선생님이 연락 안해 준건 아니고....... 아이가 1년 동안 잘 지내기 위해서는 신경을 많이 써서 배정해야 하쟎아. 오늘 오전이나 내일쯤 연락하려고 했어.
오호.. (느낌으로 찔러봤다.) 그래서 지금 내가 오니까 이제서야 15분만에 배정한 거야? 생각 많이 하느라고?
- (그제서야) I'm so sorry. so sorry... 우리 학교에 너무 많은 패밀리들이 밀려 오고 있어서 블라블라.. (그 다음 변명은 잘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니? 담임 선생님들은 안 계시고...
(흐음.. 이 사람이 나한테 뭘 해줘야 하나를 내가 생각해야 하다니..)
나는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날까 걱정 돼. 중요한 일들을 놓치게 될까봐. 준비물이 뭔지도 모르고 있고. 아! 그런데 뭐? 선생님이 지금 계시다고?
- 아.. 아니, 안계시다고. 그래도 교실이라도 안내 해 줄까?
그래!
어차피 open house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상관없었지만 생각해 보니, 처음 약속 잡을 때도 학교 측에서 담당자가 Call Back 해 줄거라 했는데 소식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게다가 가서 교실을 보니 없다던 선생님이 계셨다. 아마 개학 준비하느라 학교에 나오셨으려니 싶었다. 다행히 선생님은 인상이 좋았고 무척 반갑게 맞아 주었다. 게다가 이샤이 엄마가 말한 그 분이셨다. 이샤이와 한 반. 잘 모르는게 있을 때, 물으러 갈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전화위복? J에게 오히려 고마와해야 할까? 아이들은 이미 배정이 끝나 책상 위에 이름이 크게 붙여져 있었고 교실 문 밖에도 아이들 이름이 다 붙어 있었지만 지우 이름 없는 걸 보면 선생님이 이멜을 누락한 건 아니다.
선생님, 한국에서는 1학년 open house가 중요한데 통고를 못 받아서 어제 참석하지 못해서 걱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선생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고 마음이 놓입니다.
- 오우.. 괜찮아요. (하긴.. 이런 상황에서 정말 안 되셨네요..하시겠나...) 여기 서류 다 있고 준비할 것들은 이것들이예요.
선생님은 아주 싹싹하게 준비물들을 실물까지 보여주며 나에게 설명 해 주셨다. 그런데 정작 우리 수다쟁이 지우는 폭포같이 다정한 말을 던지는 선생님 앞에서 모르쇠로 일관. 이름도 대답을 못 하는 것. 시간이 가며 나아지도록 노력하고, 나도 도와야 겠지.
선생님이 다정해 보이셔서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동안도 방학동안 등록한 아이들을 다 받은 후 행정적 편의를 위해 한꺼번에, 학기 바로 시작 전인 오늘, 내일 새에 처리 하려 했을 수 있다. 이건 J만의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학교측에서도 처음 온 패밀리들이 open house 참가하는 걸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감 선생님 방에서 J와 얘기 나누는 폼세를 보아 뭔가 교감선생님이 당황한 듯도 보였는데 그걸 감안하지 않았던 자신의 실책도 claim이 걸릴 수 있을까봐 J에게 뭔가 약간은 부탁조로 얘기하고 Thank you라고 그러지 않았을까? 행정적 편의라는게 한정된 인원으로 한정된 시간에 많은 일을 처리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게 있다. 그렇다면 내가 claim을 걸 곳은 J가 아니라 학교측이었던 건가? 내가 알아 듣지 못한 J가 블라블라 했던 말 중에 그런 게 있었던 거 아닐까? 우리는 원래 방학동안 온 학생들은 개학 바로 전까지 모아서 인원수 등을 감안해서 배정하고 통보를 하고 그러다 보니 이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open house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한 에미가 와서 준비물도 모르고 어느 반인지도 모르고 타령을 하니 '오잉?' 하면서 그냥 우선 배정해 주고 교실도 데려다 주고 그런 것 아닐까? 뭐냐..내가 여기서도 말하는 그 극성 진상 한국엄마 코스프레 한 거냐? 그렇게 따지면, 한국처럼 아예 학교에서 시간 날짜를 arrange해서 학기 시작 몇 일 후에 간담회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시스템일 것이다. 개별 email이 아니라.
근데, 그냥...다 내 추측이다. 누군가 여기 오래 산다고 영어가 느는게 아니라 눈치가 는다고 그러던데 내가 그러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J가 그냥 지우 케이스만 잊었던 것일 수도 있고.
사실 개학날 그냥 와도 학교 프론트에서 물어 물어교실 찾아 가고 준비물도 아마 교실에 대체제가 좀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왜! 왜! call back해 준다는 말을 번번히 어기는 건지. 요금제 바꿔 달라 요청한 인터넷 회사도 call back 얘기하더니 2주, 3주가 넘어가는 지금도 얘기가 없고..사실 그거에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시스템이 좋은 것이 하나 있다. 아직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런 행정적인 업무와 교육업무가 나누어져 있어 행정처리에 대한 착오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가 쉬운 것 같다. 아이 급식비도 학교 프런트로 부모가 직접 찾아가서 돈을 내고 아이 계좌에 쌓아두면 아이가 점심을 사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아이의 스쿨뱅킹 신청서까지 전부다 담임선생님이 배부하고 걷어서 행정실에 넘겨주어야 하는데 한번에 그게 다 걷히는 것도 아니고 그거 배부하고 다시 걷어들이는 걸로 교실이 한바탕 북새통이 되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런 종류의 업무가 스쿨뱅킹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암튼.. 여기와서 관공서 이 곳 저 곳 다니며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참 빠르고 정확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동사무소가면 얼마나들 친절, 정확, 신속하신가! (법원이나 검찰청은 또 안 그렇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여기 오래 산 로아엄마도, 뭐든 그냥 해 주는 대로 받지 말고 본인이 꼭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
요건 보너스 링크
http://v.daum.net/link/497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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