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읽고 쓰고 싶은 날...
오후에 마트에 갔다가 와인이 할인을 해서 들고 왔다. 미국에서도 싼 맛에 사먹던 Gallo..
Moscato를 너무 많이 먹다보니 이태리제 맛에 익숙해서이기도 하고 ... 사실 단 맛 말고는 별로 맛이 있는 와인은 아닌 것 같은데 도수는 무려 9도...
아까 J가 두 잔 정도 먹고 내가 거의 다 끝낼 것 같다.
J이가 물었다.
-언니는 행복해?
뭐......불행하다고 생각진 않으니까.
-어떻게 다들 서로 맞춰가며 사는지 신기할 때가 있어. 남편과 더 노력하고 싶지 않아. 왜 나한테 그러는지..밉구....언니네는 평온해 보여. 남편이 계속 사랑스럽고 그래?
음.... 요즘 말로 썸타는 거.. 마음으로 썸 탈 때 있지. 술 기운 오르고 그러면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자주 못 본 이일 때가 더 많고... 근데, 실존이라는 게 엄정해. 자다가 악몽에서 깨서 칠흑같은 물속에서 올라온 것처럼 아득하고 춥고 두려울 때, 마음으로 그리운 사람은 아무것도 그 순간에 해 줄 수가 없어.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이가 내 목덜미에 팔을 내어 주고 떨리는 몸을 감싸 주지. 결국 현실에서 사람의 온기가 가장 필요할 때 내 옆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어.....
2014년 12월 17일 수요일
2014년 12월 10일 수요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그런 날이 있다.
그 순간만큼은 완전하게 사랑한 사람과 함께한 행복한 하루.
사랑은 완성되지 않아도 그런 아름다운 하루는 그 자체로 완성형이다.
지금 함께 있지 않아, 일상으로 매몰되거나 퇴색되지 않고 추억속의 현재로 남아있는 날...
이 노래를 들을떄면 심장 한 켠에 접어 놓은 그 사람, 그 하루가 물감처럼 번져나간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얘기에 서글픔없이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노래.
그 순간만큼은 완전하게 사랑한 사람과 함께한 행복한 하루.
사랑은 완성되지 않아도 그런 아름다운 하루는 그 자체로 완성형이다.
지금 함께 있지 않아, 일상으로 매몰되거나 퇴색되지 않고 추억속의 현재로 남아있는 날...
이 노래를 들을떄면 심장 한 켠에 접어 놓은 그 사람, 그 하루가 물감처럼 번져나간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얘기에 서글픔없이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노래.
2014년 11월 30일 일요일
껍데기같은 삶 VS 정성을 다해 살고 싶다.
얼마전 성매매 단속을 피하느라 고층에서 떨어져 고인이 된 20대 여성의 사건이 기사화 되었다. 헤드라인으로 접할 때에는 수많은 사회면의 기사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런데 그 역시 근근히 살아가는 아버지에게 어린 딸을 맡기고 일을 나가는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였다는.. 스물 넷 짧은 생이 기사화 된 글을 읽으며 죄어드는 마음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한가한 일상에 먹방이나 포스팅하며 살던 내 삶이 그래도 열심히 사는 거라고 믿던 자만심 또는 자위 의식이 일순간 무너졌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지만 곁에 두었던 그 엄마는 천성이 모질지 못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여린 그녀에게 딸 아이와 함께 이 사회에서 용인된 방법으로 살아남는 법을 알려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런 부모, 선생님 하나 있었다면, 그런 일터로 떠난 엄마를 감싸안을 따뜻한 보육을 우리 사회가 제공할 수 있었다면 그랫다면...
교육은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배워왔는데 나는 아이나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쳤었는지 생각해 본다. 내가 어려서 그렇게 강팍한 삶에 던져졌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자식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부모가 없었다면 나만의 힘으로 지금 내가 영위하는 지극히 소시민스러운 삶이나마 과연! 가능했을까? 상상만으로도 치가 떨리게 두렵지만 어느 순간, 버팀목이 되어줄 어른없이 내 자식이 밑바닥부터 차올라야 하는 환경에 던져진다면 그 아이는 내가 지금껏 가르쳐 준 것으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라. 학교 숙제 잘 해라. 친구에게 잘 대해 줘라. 네 방 정리 잘해라... 이런 것들이 절대 절명의 선택과 생존의 순간에 도움이 될까?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사는 법,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는 법, 기본적인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며 자존을 지킬 직업을 선택하고 유지 하는 법, 길게 보았을 때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 그런 것들을 가르치는 교육을 나는 받아 보았던가, 그리고 그런 교육의 방법을 나는 알고 있는가? 자문해 본다. 나는.... 삶에 대해, 전공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는 등신이면서 자식 앞에서 학생, 친구, 이웃들 앞에서 알은 체 하며 껍데기 같이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한미하고 일천한 경험으로 살아가는 미생, 최소한 겸손하고 배우려는 자세라도 잃지 않아야 한다.
교육은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배워왔는데 나는 아이나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쳤었는지 생각해 본다. 내가 어려서 그렇게 강팍한 삶에 던져졌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자식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부모가 없었다면 나만의 힘으로 지금 내가 영위하는 지극히 소시민스러운 삶이나마 과연! 가능했을까? 상상만으로도 치가 떨리게 두렵지만 어느 순간, 버팀목이 되어줄 어른없이 내 자식이 밑바닥부터 차올라야 하는 환경에 던져진다면 그 아이는 내가 지금껏 가르쳐 준 것으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라. 학교 숙제 잘 해라. 친구에게 잘 대해 줘라. 네 방 정리 잘해라... 이런 것들이 절대 절명의 선택과 생존의 순간에 도움이 될까?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사는 법,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는 법, 기본적인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며 자존을 지킬 직업을 선택하고 유지 하는 법, 길게 보았을 때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 그런 것들을 가르치는 교육을 나는 받아 보았던가, 그리고 그런 교육의 방법을 나는 알고 있는가? 자문해 본다. 나는.... 삶에 대해, 전공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는 등신이면서 자식 앞에서 학생, 친구, 이웃들 앞에서 알은 체 하며 껍데기 같이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한미하고 일천한 경험으로 살아가는 미생, 최소한 겸손하고 배우려는 자세라도 잃지 않아야 한다.
2014년 3월 31일 월요일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이란 곳이 있다. 보스톤에 와서 여기를 4번째로 다녀왔다.
처음엔 이 곳을 알려준 선희씨와, 두번째는 남편과, 세번째는 진아와, 네번째는 숙임씨와 다녀왔다. 생각해 보니 내가 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녀온 셈이다.
이 곳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라는 인물이 자신의 전생을 걸쳐, 물려받은 어마어마한 전 유산을 들여 조성한 개인 박물관으로 정원이 아름답고 세계 각처에서 모아들인 컬렉션의 규모가 상당하다.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건물을 짓긴 했지만 유럽식 맨션으로 지어 놓아 가운데 정원을 건물이 둘러싼 모양이라는 것이 특히하고 또한 아름답다. 놀라운 건.. 1990년에 도난을 당했는데 전시관람자로 위장한 도둑들이 대담하게도 렘브란트, 드가 등의 고가의 작품들을 프레임에서 칼로 도려내어 들고 내빼버린 것이다. 여전히 그 작품들은 찾지 못하고 도난당한 작품의 프레임은 빈 채로 그 자리에 계속 있다. 영화같은 일이다.
지난 주말부터 보스턴지역에는 계속 비가 내린다. 침침한 아침 공기를 뚫고 웨스트 롹스베리의 한 다이너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Rox Diner라고 아주 조그맣고 소박한 가게이지만 자리는 꽉 차 있다. 가끔 갔던 뉴욕에서는 미국치 브런치 식당을 찾곤 했었지만, 정작 살고있는 보스톤에서는 처음 먹는 미국식 브런치이다.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있었다.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와 봐야겠다.
처음엔 이 곳을 알려준 선희씨와, 두번째는 남편과, 세번째는 진아와, 네번째는 숙임씨와 다녀왔다. 생각해 보니 내가 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녀온 셈이다.
이 곳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라는 인물이 자신의 전생을 걸쳐, 물려받은 어마어마한 전 유산을 들여 조성한 개인 박물관으로 정원이 아름답고 세계 각처에서 모아들인 컬렉션의 규모가 상당하다.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건물을 짓긴 했지만 유럽식 맨션으로 지어 놓아 가운데 정원을 건물이 둘러싼 모양이라는 것이 특히하고 또한 아름답다. 놀라운 건.. 1990년에 도난을 당했는데 전시관람자로 위장한 도둑들이 대담하게도 렘브란트, 드가 등의 고가의 작품들을 프레임에서 칼로 도려내어 들고 내빼버린 것이다. 여전히 그 작품들은 찾지 못하고 도난당한 작품의 프레임은 빈 채로 그 자리에 계속 있다. 영화같은 일이다.
지난 주말부터 보스턴지역에는 계속 비가 내린다. 침침한 아침 공기를 뚫고 웨스트 롹스베리의 한 다이너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Rox Diner라고 아주 조그맣고 소박한 가게이지만 자리는 꽉 차 있다. 가끔 갔던 뉴욕에서는 미국치 브런치 식당을 찾곤 했었지만, 정작 살고있는 보스톤에서는 처음 먹는 미국식 브런치이다.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있었다.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와 봐야겠다.
2014년 3월 22일 토요일
베일리와 플레이데이트
아침에 베일리가 놀러왔다.
베일리는 지우의 반 친구이다. 베일리는 아주 완벽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스웨덴에서 본 젊은 귀족 아가씨의 초상화를 생각나게 하는 전형적인 백인 미녀의 얼굴이다. 지난주에 지우가 베일리네에 초대받아 다녀오고 우리집에도 오라고 초대를 하며 그 다음주에는 베일리 엄마가 일이 있다고 하는 걸 이번 주에도 못 온다고 들어서 식구들 다들 파자마에 엉망으로 하고 있는데 베일리와 베일리 엄마가 왔다. 초대받아도 걱정인게 번듯하게 방 4개쯤 되는 싱글 하우스에 사는 이 곳 보스토니안 집에 다녀오면(베일리네 집이 언덕위에 그런 집이다.) 임시로 별 살림도 갖추지 않고 대학생 자취살림처럼 사는 우리집을 보여 주는 것도 은근 걱정이기도 하다. 그런데다가 집은 엉망에 식구들은 파자마에... 다행히 아이들은 지우방에서 몇가지 여기 아이들은 하는 아트크래프트 하고 놀고 영화보여주며 시간이 가고 베일리 엄마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지만 또 속마음은 모르는 일이겠지.
희안하게도... 여기 행콕이 온갖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지만 아이들도 어른들도 결국 인종별로 어울리게 된다. 특히 한국인들이 워낙 많아 아이들도 엄마들도 학교에 가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영어를 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다.
그나마 지우는 여기서도 언어배경이 다른 친구들과 자주 노는 편이다. 지우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 수진이, 여기서 태어나서 커온 이민 2세 아이이지만 한국계이다. 가끔 놀러가는 건너집 이샤이는 유태계, 또 가끔 아이아빠가 메일로 플레이데이트를 청해오는 스네하는 인도계... 오늘 들었는데 베일리는 아빠가 아이리쉬계이고 엄마는 레바니즈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아시아계인 나에게도 상냥하고 플레이데이트도 초대하고 놀러오고...
한가지 걱정은 지우는 요즘 학교에서 리세스 시간에 혼자 뛰어다닌다. 왜 혼자 뛰어다니냐고 하니 요정의 크리스탈을 찾아야 한단다. 오마이갓!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은지, 혼자 뛰어다니는 것이 좋은지 물어보니 혼자 뛰어다니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럼 더 좋은 것 하라고 흔쾌한 척 말했지만 부모로서 걱정되는 마음이 없지 않다. 처음에는 오히려 아이들과 곧잘 어울리고 다른 반 아이하고도 얼싸안고 난리를 치더니 언어적으로도 아무 문제없는 지금은 오히려 왜 그럴까... 일시적으로 그러는 거야 아무 문제도 아니지만 한국에 가서까지 저러면 분명 입에 오르 내릴 일일 것이다. 확실히, 여기는 쉬는 시간에 각자 아이들이 자기 좋은 것을 하는 것이 별 문제가 아니다. 남이 뭘 하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가 아이들 사이에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점심 시간에 혼자 운동장을 뭘 찾겠다고 계속 뛰어다는 아이는.. 흠... 모르겠다. 한국으로 들어가지 전에는 지우가 요정 크리스탈 찾기에 흥미를 잃었으면 좋겠다.
베일리는 지우의 반 친구이다. 베일리는 아주 완벽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스웨덴에서 본 젊은 귀족 아가씨의 초상화를 생각나게 하는 전형적인 백인 미녀의 얼굴이다. 지난주에 지우가 베일리네에 초대받아 다녀오고 우리집에도 오라고 초대를 하며 그 다음주에는 베일리 엄마가 일이 있다고 하는 걸 이번 주에도 못 온다고 들어서 식구들 다들 파자마에 엉망으로 하고 있는데 베일리와 베일리 엄마가 왔다. 초대받아도 걱정인게 번듯하게 방 4개쯤 되는 싱글 하우스에 사는 이 곳 보스토니안 집에 다녀오면(베일리네 집이 언덕위에 그런 집이다.) 임시로 별 살림도 갖추지 않고 대학생 자취살림처럼 사는 우리집을 보여 주는 것도 은근 걱정이기도 하다. 그런데다가 집은 엉망에 식구들은 파자마에... 다행히 아이들은 지우방에서 몇가지 여기 아이들은 하는 아트크래프트 하고 놀고 영화보여주며 시간이 가고 베일리 엄마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지만 또 속마음은 모르는 일이겠지.
희안하게도... 여기 행콕이 온갖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지만 아이들도 어른들도 결국 인종별로 어울리게 된다. 특히 한국인들이 워낙 많아 아이들도 엄마들도 학교에 가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영어를 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다.
그나마 지우는 여기서도 언어배경이 다른 친구들과 자주 노는 편이다. 지우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 수진이, 여기서 태어나서 커온 이민 2세 아이이지만 한국계이다. 가끔 놀러가는 건너집 이샤이는 유태계, 또 가끔 아이아빠가 메일로 플레이데이트를 청해오는 스네하는 인도계... 오늘 들었는데 베일리는 아빠가 아이리쉬계이고 엄마는 레바니즈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아시아계인 나에게도 상냥하고 플레이데이트도 초대하고 놀러오고...
한가지 걱정은 지우는 요즘 학교에서 리세스 시간에 혼자 뛰어다닌다. 왜 혼자 뛰어다니냐고 하니 요정의 크리스탈을 찾아야 한단다. 오마이갓!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은지, 혼자 뛰어다니는 것이 좋은지 물어보니 혼자 뛰어다니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럼 더 좋은 것 하라고 흔쾌한 척 말했지만 부모로서 걱정되는 마음이 없지 않다. 처음에는 오히려 아이들과 곧잘 어울리고 다른 반 아이하고도 얼싸안고 난리를 치더니 언어적으로도 아무 문제없는 지금은 오히려 왜 그럴까... 일시적으로 그러는 거야 아무 문제도 아니지만 한국에 가서까지 저러면 분명 입에 오르 내릴 일일 것이다. 확실히, 여기는 쉬는 시간에 각자 아이들이 자기 좋은 것을 하는 것이 별 문제가 아니다. 남이 뭘 하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가 아이들 사이에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점심 시간에 혼자 운동장을 뭘 찾겠다고 계속 뛰어다는 아이는.. 흠... 모르겠다. 한국으로 들어가지 전에는 지우가 요정 크리스탈 찾기에 흥미를 잃었으면 좋겠다.
2014년 2월 27일 목요일
간만에 본 엘미라
오후에는 Elmira를 잠깐 봤다.
엘미라의 남편이 오고, 나는 칸쿤을 다녀오고 해서 거의 2주 가까이 보지 못했다가 얼굴을 모니 너무 반가왔다. 자주 본 사람들 사이에는 텔레파시가 생기는 거 아닐까? 어제 밤에 나도 데이즈로 문자라도 날려 보고 싶었는데 아니나 달라? 오늘 아침에 엘미라에게 짧은 메세지가 와 있었다. 그런데 문자를 확인한게 오후 3시 넘어서.. 지우가 오늘 튜터링 하는 날이라서 데리고 오는 길에 엘미라네에 잠깐 들렀다.
가족이라는 게 참 희안하다. 엘미라의 남편은 외교관이라 해외에 있어, 엘미라와 두 아이들만 있을 때와 남편이 있을 때, 집안의 공기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녀의 남편 알치노는 이 층에 있어서 오늘 방문때에는 얼굴도 볼 수 없었는데도 말이다. 아이들도 좀 더 생기있어 보이고, 엘미라도 더 안정되게 보이고.. 결혼한 부부는 될 수 있으면 함께 있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불가리안 마켓에 갔다면서 거기 과자 몇 개를 나누어 주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나누고 싶어 하는 이런 마음은 언제나 따뜻하게 느껴진다. 엘미라와 나의 인생의 항로가 달라, 우리가 만나는 접점이라는 것이 이 한 때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서로가 생경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 생각하고 아끼게 되는 것이 삶의 신비인 것 같다.
엘미라의 남편이 오고, 나는 칸쿤을 다녀오고 해서 거의 2주 가까이 보지 못했다가 얼굴을 모니 너무 반가왔다. 자주 본 사람들 사이에는 텔레파시가 생기는 거 아닐까? 어제 밤에 나도 데이즈로 문자라도 날려 보고 싶었는데 아니나 달라? 오늘 아침에 엘미라에게 짧은 메세지가 와 있었다. 그런데 문자를 확인한게 오후 3시 넘어서.. 지우가 오늘 튜터링 하는 날이라서 데리고 오는 길에 엘미라네에 잠깐 들렀다.
가족이라는 게 참 희안하다. 엘미라의 남편은 외교관이라 해외에 있어, 엘미라와 두 아이들만 있을 때와 남편이 있을 때, 집안의 공기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녀의 남편 알치노는 이 층에 있어서 오늘 방문때에는 얼굴도 볼 수 없었는데도 말이다. 아이들도 좀 더 생기있어 보이고, 엘미라도 더 안정되게 보이고.. 결혼한 부부는 될 수 있으면 함께 있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불가리안 마켓에 갔다면서 거기 과자 몇 개를 나누어 주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나누고 싶어 하는 이런 마음은 언제나 따뜻하게 느껴진다. 엘미라와 나의 인생의 항로가 달라, 우리가 만나는 접점이라는 것이 이 한 때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서로가 생경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 생각하고 아끼게 되는 것이 삶의 신비인 것 같다.
skate
오늘, 갑자기 스케이트를 등록하고 타러 갔다.
어제 선희씨가 숙임씨에게 인원이 모자라 폐강될 것 같다고, 같이 하자고 하는 했다는 얘기를 듣는 자리에 있었는데 숙임씨가 "언니, 같이 해요. 해요" 해서 "그럼, 그럴까?"하며 별 생각없던 수강 등록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수동적인 인간이다. 사람들은 내 첫 인상을 상당히 강하게 보고, 독립적으로 보기도 해서 이런 나를 보면 상당히 의아해 한다. 원서도 읽으면 해석도 오래 걸리고 해서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잘 안 보는데, 누가 선물이라고 사 주면 그래도 사 준 거니까 봐야지 하는 의무감으로 본다. 왜 그럴까..
처음으로 링크에 서 보니 생각보다 미끄럽고 약간 겁도 났다. 스케이트 레슨이래 봐야, 여기 레슨들이 다 그렇듯이.. 잠깐 시범 보여 주고 늬네가 알아서 타세요.. 하는 식이다. 한 다섯 번쯤 넘어진 것 같다. 그래도 한 시간 남짓 타다 보니 앞으로 무게 중심을 주면 넘어지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얀 링크 바닥을 쳐다보며 중심을 잡으려고 얘쓰며 스케이트를 지치다 보니, 왠지 마음이 평온해 지는 것 같았다. 아마 연아선수도 이런 링크의 서늘하고 차분한 느낌이 좋아서 스케이트를 좋아했으려나?
내가 타보고 한 가지 지우에게 미안한 것이 생겼다. 지우에게 스케이트를 사이즈3으로 사 주었었다. 그런데 스케이트는 절대 크게 신으면 안 되는 것 같다. 발에서 벗겨질 것 같은 느낌에 자꾸 발에 힘을 주게 되고, 몸에 비해 무거운 스케이트가 사이즈가 커질수록 더 무거우니 그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지우가 그냥 평범한 슬라이드 할 때에도 어느 때는 중심이 잘 안 잡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스케이트가 너무 커서였던 듯 싶다. 내년 겨울까지는 신게 하고 싶어서 아이들 옷이나 신발살 때 흔히 그러듯 한 치수 큰 걸 사주었는데 처음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에게 힘들었겠구나.. 싶다.
스케이트도 스케이트지만 숙임씨, 선희씨와 함께 타면서 넘어지고 낄낄 거리고 하다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재미있었다. 타다가 넘어져서 빙판에 앉아 있으면 "할 게 없어, 소트니코바 흉내 내는 거야, 지금?" "여기 빨리 그 녹색 날개 좀 가져다 주셈!"그런 농담들.. 운동하고 배가 고파, 숙임씨네 몰려가 라면을 먹었는데 어찌나 꿀맛인지,...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라면 먹는것도 재미있었고...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대단한 곳을 간 기억들도 남겠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소소한 일상을 다른 배경에서 함께한 기억들도 문득 문득 돌이키게 되며 그랬던 날들을 그리워 할 것이 분명하다.
칸쿤 다녀와서 계속 방바닥 파고 들어가려던 찰라, 이런 소소한 운동이라도 하게 되니 기분 전환이 되어 참 좋았다.
이번 봄학기에는 하바드 어학원 등록하라고 남편이 권유하는데, 이제 더 이상 기관에 소속되어 숙제하고 그러는게 꺼려지고 하고 싶지가 않다.
어제 선희씨가 숙임씨에게 인원이 모자라 폐강될 것 같다고, 같이 하자고 하는 했다는 얘기를 듣는 자리에 있었는데 숙임씨가 "언니, 같이 해요. 해요" 해서 "그럼, 그럴까?"하며 별 생각없던 수강 등록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수동적인 인간이다. 사람들은 내 첫 인상을 상당히 강하게 보고, 독립적으로 보기도 해서 이런 나를 보면 상당히 의아해 한다. 원서도 읽으면 해석도 오래 걸리고 해서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잘 안 보는데, 누가 선물이라고 사 주면 그래도 사 준 거니까 봐야지 하는 의무감으로 본다. 왜 그럴까..
처음으로 링크에 서 보니 생각보다 미끄럽고 약간 겁도 났다. 스케이트 레슨이래 봐야, 여기 레슨들이 다 그렇듯이.. 잠깐 시범 보여 주고 늬네가 알아서 타세요.. 하는 식이다. 한 다섯 번쯤 넘어진 것 같다. 그래도 한 시간 남짓 타다 보니 앞으로 무게 중심을 주면 넘어지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얀 링크 바닥을 쳐다보며 중심을 잡으려고 얘쓰며 스케이트를 지치다 보니, 왠지 마음이 평온해 지는 것 같았다. 아마 연아선수도 이런 링크의 서늘하고 차분한 느낌이 좋아서 스케이트를 좋아했으려나?
내가 타보고 한 가지 지우에게 미안한 것이 생겼다. 지우에게 스케이트를 사이즈3으로 사 주었었다. 그런데 스케이트는 절대 크게 신으면 안 되는 것 같다. 발에서 벗겨질 것 같은 느낌에 자꾸 발에 힘을 주게 되고, 몸에 비해 무거운 스케이트가 사이즈가 커질수록 더 무거우니 그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지우가 그냥 평범한 슬라이드 할 때에도 어느 때는 중심이 잘 안 잡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스케이트가 너무 커서였던 듯 싶다. 내년 겨울까지는 신게 하고 싶어서 아이들 옷이나 신발살 때 흔히 그러듯 한 치수 큰 걸 사주었는데 처음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에게 힘들었겠구나.. 싶다.
스케이트도 스케이트지만 숙임씨, 선희씨와 함께 타면서 넘어지고 낄낄 거리고 하다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재미있었다. 타다가 넘어져서 빙판에 앉아 있으면 "할 게 없어, 소트니코바 흉내 내는 거야, 지금?" "여기 빨리 그 녹색 날개 좀 가져다 주셈!"그런 농담들.. 운동하고 배가 고파, 숙임씨네 몰려가 라면을 먹었는데 어찌나 꿀맛인지,...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라면 먹는것도 재미있었고...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대단한 곳을 간 기억들도 남겠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소소한 일상을 다른 배경에서 함께한 기억들도 문득 문득 돌이키게 되며 그랬던 날들을 그리워 할 것이 분명하다.
칸쿤 다녀와서 계속 방바닥 파고 들어가려던 찰라, 이런 소소한 운동이라도 하게 되니 기분 전환이 되어 참 좋았다.
이번 봄학기에는 하바드 어학원 등록하라고 남편이 권유하는데, 이제 더 이상 기관에 소속되어 숙제하고 그러는게 꺼려지고 하고 싶지가 않다.
2014년 2월 12일 수요일
Secret Reader
이 곳 학교는 학부모의 학교 봉사나 학교 발전 기금 모금 행사에 참여하기를 상당히 강하게 권장한다. 학기초에 아예 돈을 얼마씩 기부하라고 전단지까지 다 뿌린다. 한국에서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이런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한다. 한국에서 듣기로는 미국 학교는 학부모들을 학교로 불러들이지 않고 그래서 미국학교가 좋다는 불평을 많이 들었는데, 이건 뭔가요? 미국 정신 문화의 고향이라고 자칭하는 MA주의 보스톤인데 여기는 미국이 아닌가 봉가.
얼마전에는 학교에 Secret Reader로 가서 책을 읽어 주었다. 말그대로 비밀리에 부모들이 날짜를 정해 교실에 갑자기 나타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다. 날짜는 담임선생님이 싸인업 지니어스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지하면 부모들이 그 웹싸이트에 들어가서 자신이 갈 수 있는 날을 기재한다. 다 해야 하는 건 줄 알고 나도 하긴 했는데 들어가 보니 몇 번씩 싸인업한 부모들도 있고 학기초 가까운 날짜는 이미 다 차 있었다. 이런 열성들이라니.... 나중에 보니, 낯짝 두꺼운 나같은 이들이나 뭣 모르고 했지, 한국 학부모들은 자신의 발음을 고려해서인지 이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은 겨우 30분 못 되는 시간이지만, 자신의 부모가 나타나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인 것 같다. 지우가 어느 날, "엄마, 엄마도 시크릿 리더 해 주면 안 되요?"라고 묻는 것이다. 짐짓, 등록하지 않은 척, "생각해 볼께." 라고 했다.
몇 일 전, 갑자기 교실에 내가 나타나자 지우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나는 예전에 들었던 스토리텔링 기법을 떠 올리며 서툰 발음이지만 최대한 현장감있게 동화책 인물들의 성격을 구현하려고 애를 쓰며 책을 읽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베드타임 스토리를 아빠가 읽어줄 때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가 마음대로 이야기를 지어내고 끝내버리는 쥐에 관한 이야기, 나름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이야기는 라푼젤 동화를 살짝 비튼 이야기였는데,
"So, 라푼젤 was 블라블라"
지우반의 데이빗이
"라푼젤? You mean Ra-PUN-zzzZel?" 그러는 거다.
입으로는 그랬지. "쌩큐 포 코렉팅 마이 프로넌씨에이숀" 쌩긋 웃어줬지만, 속이 쓰렸다. ㅋㅋㅋ
암튼 나는 지우를 위해 뭔가를 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왔고 그 날 픽업타임에 지우를 데려오며 "오늘 엄마가 시크릿 리더 하니까 어땠어?" 득의만만하게 물어 보았다.
"그게... 다른 엄마, 아빠들은 평범하게 읽는데 엄마는 목소리 흉내를 내서 쫌.... 창피했어요."
Oh! My! God!
내가 그 수모를 겪어가며. . 이거 왜 한거니?
얼마전에는 학교에 Secret Reader로 가서 책을 읽어 주었다. 말그대로 비밀리에 부모들이 날짜를 정해 교실에 갑자기 나타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다. 날짜는 담임선생님이 싸인업 지니어스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지하면 부모들이 그 웹싸이트에 들어가서 자신이 갈 수 있는 날을 기재한다. 다 해야 하는 건 줄 알고 나도 하긴 했는데 들어가 보니 몇 번씩 싸인업한 부모들도 있고 학기초 가까운 날짜는 이미 다 차 있었다. 이런 열성들이라니.... 나중에 보니, 낯짝 두꺼운 나같은 이들이나 뭣 모르고 했지, 한국 학부모들은 자신의 발음을 고려해서인지 이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은 겨우 30분 못 되는 시간이지만, 자신의 부모가 나타나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인 것 같다. 지우가 어느 날, "엄마, 엄마도 시크릿 리더 해 주면 안 되요?"라고 묻는 것이다. 짐짓, 등록하지 않은 척, "생각해 볼께." 라고 했다.
몇 일 전, 갑자기 교실에 내가 나타나자 지우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나는 예전에 들었던 스토리텔링 기법을 떠 올리며 서툰 발음이지만 최대한 현장감있게 동화책 인물들의 성격을 구현하려고 애를 쓰며 책을 읽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베드타임 스토리를 아빠가 읽어줄 때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가 마음대로 이야기를 지어내고 끝내버리는 쥐에 관한 이야기, 나름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이야기는 라푼젤 동화를 살짝 비튼 이야기였는데,
"So, 라푼젤 was 블라블라"
지우반의 데이빗이
"라푼젤? You mean Ra-PUN-zzzZel?" 그러는 거다.
입으로는 그랬지. "쌩큐 포 코렉팅 마이 프로넌씨에이숀" 쌩긋 웃어줬지만, 속이 쓰렸다. ㅋㅋㅋ
암튼 나는 지우를 위해 뭔가를 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왔고 그 날 픽업타임에 지우를 데려오며 "오늘 엄마가 시크릿 리더 하니까 어땠어?" 득의만만하게 물어 보았다.
"그게... 다른 엄마, 아빠들은 평범하게 읽는데 엄마는 목소리 흉내를 내서 쫌.... 창피했어요."
Oh! My! God!
내가 그 수모를 겪어가며. . 이거 왜 한거니?
문화수업 준비
이상하게 분주한 날이다.
아침에 윤서네에서 금요일에 할 문화수업 준비를 했다. 여기는 학교에서 학부모 참여를 많이 요구한다. 윤서엄마와 나는 피해갈 수 있으면 피해가자 라며 잠자코 있었지만, 역시... 선생님께서 "코리안 컬쳐 수업은 언제로?"라고 물어와 아주 기꺼운 '척'하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우리의 수업컨셉은 한국의 음력설인데 간단한 PPT로 설날, 세배, 떡국, 놀이에 대해 설명하고 투호와 제기차기를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여기 다국적 아이들을 상대로 문화수업을 한다는 것, 화살대같은 가는 나뭇대에 화살촉같은 반짝이 종이와 깃털을 붙이고 선물로 줄 스티커를 나누고 복주머니를 만드는 일은 들리는 것처럼 환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인형눈 붙이는 일처럼 단순 노동의 반복으로 복주머니 23개, 투호대 40개를 만들고 태극무늬를 자르고... 소치 올림픽 페어스케이트를 보며 이것을 준비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우리가 미국에 있으면서 맨날 브런치 먹고, 외국인 친구들과 쏼라 쏼라 떠들고 저녁이면 파티가는 줄 알겠지? 이렇게 쌔가 빠지게 학부모 노릇하느라 인형 눈 붙이는 일 비슷한 거 하고 있는 줄 모를거야, 절대.."
그래도 해 놓고 나니.. 뿌듯했다. 의상전공의 윤서엄마가 교구상에 가서 이것 저것 빨리 일을 끝낼 수 있는 것들을 척척 골라 담아서 그나마 선방한듯. 이제 수업만 잘 하면 되는데. 이 곳 아이들이 흥미있어할지...
지우는 오늘 처음으로 튜터링을 했다. 재미있었다며 숙제를 오자마자 바로 하고 있다. 저녁에는 곤이네와 아이들 공부를 봐주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 어떨지 모르겠다.
아침에 윤서네에서 금요일에 할 문화수업 준비를 했다. 여기는 학교에서 학부모 참여를 많이 요구한다. 윤서엄마와 나는 피해갈 수 있으면 피해가자 라며 잠자코 있었지만, 역시... 선생님께서 "코리안 컬쳐 수업은 언제로?"라고 물어와 아주 기꺼운 '척'하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우리의 수업컨셉은 한국의 음력설인데 간단한 PPT로 설날, 세배, 떡국, 놀이에 대해 설명하고 투호와 제기차기를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여기 다국적 아이들을 상대로 문화수업을 한다는 것, 화살대같은 가는 나뭇대에 화살촉같은 반짝이 종이와 깃털을 붙이고 선물로 줄 스티커를 나누고 복주머니를 만드는 일은 들리는 것처럼 환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인형눈 붙이는 일처럼 단순 노동의 반복으로 복주머니 23개, 투호대 40개를 만들고 태극무늬를 자르고... 소치 올림픽 페어스케이트를 보며 이것을 준비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우리가 미국에 있으면서 맨날 브런치 먹고, 외국인 친구들과 쏼라 쏼라 떠들고 저녁이면 파티가는 줄 알겠지? 이렇게 쌔가 빠지게 학부모 노릇하느라 인형 눈 붙이는 일 비슷한 거 하고 있는 줄 모를거야, 절대.."
그래도 해 놓고 나니.. 뿌듯했다. 의상전공의 윤서엄마가 교구상에 가서 이것 저것 빨리 일을 끝낼 수 있는 것들을 척척 골라 담아서 그나마 선방한듯. 이제 수업만 잘 하면 되는데. 이 곳 아이들이 흥미있어할지...
지우는 오늘 처음으로 튜터링을 했다. 재미있었다며 숙제를 오자마자 바로 하고 있다. 저녁에는 곤이네와 아이들 공부를 봐주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 어떨지 모르겠다.
2014년 2월 11일 화요일
잡설
어제 월요일은 지우가 학교에 가서 돌아오기 전까지, 최소한의 집안일 후, 배깔고 누워 전자책을 읽었다. 간만에 읽는 한국책이 반갑고, 뭔가 변비처럼 밀려있던 머릿속의 말들이, 다 배출되는 시원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물론, 타인의 글이지만.
조용히 침잠하며, 다시 나란 인간의 본질을 돌아보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을 찾아서 키워가는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 겨울이, 이 적막한 동네가 그런 나의 자의식을 자꾸 도닥거리며 집 안으로 돌려 들이는 느낌.
가끔 한국의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 받으며, 이곳에서 잊고 있었던 나의 내면이 다시 복기되고 그런 느낌에 위안을 얻는 때가 있다. 해봐야 일상잡기의 짧은 이야기들이나 페북이나 밴드의 댓글들이지만 아마도 그들은 모를 것이다. 이식된 곳에서 지난 역사를 모두 잊고 어리둥절한 장기가 옛 몸의 피를 만난 느낌? ( 이곳에 의료인들이 많아서인가? 이제 비유가 아주 이상해 지고 있다. )후후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양가적인 입장은, 가정의 주인이 되는 것을 회피하지 말 것과, 밖으로 나가면 더 적극적으로 남을 위한 일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히 침잠하며, 다시 나란 인간의 본질을 돌아보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을 찾아서 키워가는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 겨울이, 이 적막한 동네가 그런 나의 자의식을 자꾸 도닥거리며 집 안으로 돌려 들이는 느낌.
가끔 한국의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 받으며, 이곳에서 잊고 있었던 나의 내면이 다시 복기되고 그런 느낌에 위안을 얻는 때가 있다. 해봐야 일상잡기의 짧은 이야기들이나 페북이나 밴드의 댓글들이지만 아마도 그들은 모를 것이다. 이식된 곳에서 지난 역사를 모두 잊고 어리둥절한 장기가 옛 몸의 피를 만난 느낌? ( 이곳에 의료인들이 많아서인가? 이제 비유가 아주 이상해 지고 있다. )후후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양가적인 입장은, 가정의 주인이 되는 것을 회피하지 말 것과, 밖으로 나가면 더 적극적으로 남을 위한 일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도구의 인간
케이프 코드 짧은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며 랜썸에서 몇가지 필요한 것을 샀다.
요즘 지름신이 들어서인지 커피 메이커도 두 개나 사고, 크리스탈잔도 사고..
처음 미국에 와서는 최소한의 살림으로 살고 떠날때 처분할 것 없이 나가자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인간은 도구의 인간인지..... 미국체류 반이 지난 이 시점에서 집기들을 자꾸 사 들이며, 이 편한 것을 왜 이제? 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스위퍼, 바닥 닦는 부직포를 끼우는 밀대는 그야말로 신세계. 미련하면 몸이 고생이라고.. 키친 타올로 온 집 바닥을 닦다 보니 운동은 된다만, 정말 청소가 두렵기까지 했다. 그리고 신발장, 3단 신발장이 하나 있으니 집 현관이 어찌나 깨끗해 졌는지.. 20불 조금 넘는 이것을 왜 안 사고 그 지저분한 현관을 방치한 것일까?
적절한 도구를 잘 쓰는 것도 생활의 미덕이다.
요즘 지름신이 들어서인지 커피 메이커도 두 개나 사고, 크리스탈잔도 사고..
처음 미국에 와서는 최소한의 살림으로 살고 떠날때 처분할 것 없이 나가자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인간은 도구의 인간인지..... 미국체류 반이 지난 이 시점에서 집기들을 자꾸 사 들이며, 이 편한 것을 왜 이제? 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스위퍼, 바닥 닦는 부직포를 끼우는 밀대는 그야말로 신세계. 미련하면 몸이 고생이라고.. 키친 타올로 온 집 바닥을 닦다 보니 운동은 된다만, 정말 청소가 두렵기까지 했다. 그리고 신발장, 3단 신발장이 하나 있으니 집 현관이 어찌나 깨끗해 졌는지.. 20불 조금 넘는 이것을 왜 안 사고 그 지저분한 현관을 방치한 것일까?
적절한 도구를 잘 쓰는 것도 생활의 미덕이다.
Province town
그간 블로그에 너무 격조했었다.
그간에도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진아가 와서 뉴욕에 갔었고, 지난주에 케이프코드에 간 것. . 지금은 이게 생각나는 일의 전부..
지난 금요일 저녁에 선희씨네와 홍교수님을 초대해 저녁을 먹고 다음날 함께 케이프코드로 떠났다. 우리가 들었던 province town inn의 작은 로비의 벽난로를 켜고 술을 먹던 기억이 따스하다. 또, 그 동네에서 제일 맛있다는 Napi's에 가서 저녁을 먹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우가 두 시간이 넘는 방파제를 걸어 Wood end? 이던가? 그 해변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 일이 큰 발전이었다. 겨울바다의 적막함,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적막을 즐길 새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어려서 대야의 고모네 집에 가면 그 동네의 야트막한 야산이 있었다. 아마도 일곱살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야산을 넘어가면 말하는 토끼가 있고 무지개가 곱게 걸쳐진 멋진 동산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곤 했다. 동네 야산을 넘어가서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스릴, 안 해 본 것을 해 보는 것은 그런 느낌을 준다. 황량한 바다를 향해, 거칠고 거대한 돌이 얼기설기 얽힌 방파제를 몇 시간이고 꿋꿋이 걸어가던 일. 어린 지우에게 위험하기도 하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가족이 함께한 그 풍경이 지금와서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간에도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진아가 와서 뉴욕에 갔었고, 지난주에 케이프코드에 간 것. . 지금은 이게 생각나는 일의 전부..
지난 금요일 저녁에 선희씨네와 홍교수님을 초대해 저녁을 먹고 다음날 함께 케이프코드로 떠났다. 우리가 들었던 province town inn의 작은 로비의 벽난로를 켜고 술을 먹던 기억이 따스하다. 또, 그 동네에서 제일 맛있다는 Napi's에 가서 저녁을 먹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우가 두 시간이 넘는 방파제를 걸어 Wood end? 이던가? 그 해변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 일이 큰 발전이었다. 겨울바다의 적막함,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적막을 즐길 새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어려서 대야의 고모네 집에 가면 그 동네의 야트막한 야산이 있었다. 아마도 일곱살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야산을 넘어가면 말하는 토끼가 있고 무지개가 곱게 걸쳐진 멋진 동산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곤 했다. 동네 야산을 넘어가서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스릴, 안 해 본 것을 해 보는 것은 그런 느낌을 준다. 황량한 바다를 향해, 거칠고 거대한 돌이 얼기설기 얽힌 방파제를 몇 시간이고 꿋꿋이 걸어가던 일. 어린 지우에게 위험하기도 하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가족이 함께한 그 풍경이 지금와서 아름답게 느껴진다.
2014년 1월 6일 월요일
Magic Kingdom- Fire Works
다들 불꽃 놀이를 좋아하는 건가? 나만 좋아하는 건가? 나만 유독 좋아하는 건가?
불꽃놀이를 좋아해서 주변에서 불꽃놀이 한다하면 어떻게든 나가 봐야 한다.
이런 저런 불꽃놀이들을 보아 왔지만 여기 매직킹덤의 불꽃놀이가 특별했던 건... 조명과 음악 때문인 것 같다. 디즈니의 아름다운 OST들과 신데렐라 성을 비추는 다채로운 조명과 불꽃, 그 셋이서 함께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춤을 추는 것 같았던 아름다운 불꽃놀이.
불꽃놀이를 좋아해서 주변에서 불꽃놀이 한다하면 어떻게든 나가 봐야 한다.
이런 저런 불꽃놀이들을 보아 왔지만 여기 매직킹덤의 불꽃놀이가 특별했던 건... 조명과 음악 때문인 것 같다. 디즈니의 아름다운 OST들과 신데렐라 성을 비추는 다채로운 조명과 불꽃, 그 셋이서 함께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춤을 추는 것 같았던 아름다운 불꽃놀이.
Disney World-Magic Kingdom
대망의 디즈니 월드 입성. 올랜도의 디즈니 월드는 4개의 테마파크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가 첫째날 간 곳은 매직킹덤이다. 이 곳에서는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들과 콘텐츠를 바탕으로 놀이기구와 어트랙션이 조성되어 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으면 디즈니 셔틀이 와서 출입구까지 데려다 준다. 그럼 거기서 또 모노레일이나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처음 들어갈때는 모노레일을 타고 그 날 다시 들어갈 때는 배를 타고 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트리.
날으는 양탄자였나?
어드벤처 랜드의 정글 탐험
디즈니의 대표로고로도 사용되는 신데렐라 성
인상깊었던 피터팬 어트랙션, 식구들 다 너무 좋아해서 두 번을 탔다.
Mad tea pot 놀이기구는 딱 이정도가 나한테는 제일이다. 롤러코스터는 우리 식구중 아무도 안 탄다.
지우가 너무 만나고 싶어했던 라푼젤
전설의 백설공주
그리고 시작된 크리스마트 퍼레이드, 디즈니의 왠만한 캐릭터들 총 출동
퍼레이드에서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고 즐겁고..
크리스마스인만큼 산타할아버지 내려오며 종료..
숙소로 돌아가는 길 배 선착장
저녁에 다시 나와서 다시 매직 킹덤으로
들어갈때 모노레일
어떤 사람들은 디즈니 가 봐야 에버랜드하고 뭐...라고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놀이기구는 에버랜드가 오히려 집약적으로 더 많이 모여있기도 하다. 디즈니는 스릴있는 놀이기구 타기 위해 상당한 입장료를 주고 들어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디즈니의 매력은 그 콘텐츠의 풍부함을 성실하게 구현 해 놓은 어트랙션들에 있는 것 같다.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야 어디서도 탈 수 있지만, 피터팬, 웬디와 함께 하늘을 날으는 것 같은 기분으로, 웬디의 침실에서 런던의 밤 거리를 지나 원더랜드로 들어가는 터널은 다른 곳에서 만들 수 없다. 배를 타고 인어공주를 만나러 가면 인어공주의 주옥같은 OST가 장면마다 다르게 펼쳐지며 물고기 인형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터널도... 이야기나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화면으로만 보던 캐릭터들이 삼차원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이런 곳들에 혹할 것이다. 우리 지우도 그렇고.
지우가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보며 혼잣말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찡해졌다.
My dreams come true..
전체 디즈니 월드도 아니고 4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매직 킹덤이지만, 워낙 볼 것이 많아서 하루에 다 보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게다가 사람들이 워낙 몰려 드는 곳이라. 머리를 써서 패스트 패스를 잘 끊어서 볼만한 어트랙션과 놀이기구는 거의 다 탔지만 매직킹덤은 또 밤이 멋진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후에 숙소에 돌아가서 쉬고 다시 나왔다. 지금 생각하니 그렇게 하길 정말 잘 한 것 같다.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으면 디즈니 셔틀이 와서 출입구까지 데려다 준다. 그럼 거기서 또 모노레일이나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처음 들어갈때는 모노레일을 타고 그 날 다시 들어갈 때는 배를 타고 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트리.
날으는 양탄자였나?
어드벤처 랜드의 정글 탐험
디즈니의 대표로고로도 사용되는 신데렐라 성
인상깊었던 피터팬 어트랙션, 식구들 다 너무 좋아해서 두 번을 탔다.
Mad tea pot 놀이기구는 딱 이정도가 나한테는 제일이다. 롤러코스터는 우리 식구중 아무도 안 탄다.
지우가 너무 만나고 싶어했던 라푼젤
전설의 백설공주
그리고 시작된 크리스마트 퍼레이드, 디즈니의 왠만한 캐릭터들 총 출동
퍼레이드에서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고 즐겁고..
크리스마스인만큼 산타할아버지 내려오며 종료..
숙소로 돌아가는 길 배 선착장
저녁에 다시 나와서 다시 매직 킹덤으로
들어갈때 모노레일
어떤 사람들은 디즈니 가 봐야 에버랜드하고 뭐...라고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놀이기구는 에버랜드가 오히려 집약적으로 더 많이 모여있기도 하다. 디즈니는 스릴있는 놀이기구 타기 위해 상당한 입장료를 주고 들어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디즈니의 매력은 그 콘텐츠의 풍부함을 성실하게 구현 해 놓은 어트랙션들에 있는 것 같다.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야 어디서도 탈 수 있지만, 피터팬, 웬디와 함께 하늘을 날으는 것 같은 기분으로, 웬디의 침실에서 런던의 밤 거리를 지나 원더랜드로 들어가는 터널은 다른 곳에서 만들 수 없다. 배를 타고 인어공주를 만나러 가면 인어공주의 주옥같은 OST가 장면마다 다르게 펼쳐지며 물고기 인형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터널도... 이야기나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화면으로만 보던 캐릭터들이 삼차원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이런 곳들에 혹할 것이다. 우리 지우도 그렇고.
지우가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보며 혼잣말하는 것을 듣고 마음이 찡해졌다.
My dreams come true..
전체 디즈니 월드도 아니고 4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매직 킹덤이지만, 워낙 볼 것이 많아서 하루에 다 보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게다가 사람들이 워낙 몰려 드는 곳이라. 머리를 써서 패스트 패스를 잘 끊어서 볼만한 어트랙션과 놀이기구는 거의 다 탔지만 매직킹덤은 또 밤이 멋진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후에 숙소에 돌아가서 쉬고 다시 나왔다. 지금 생각하니 그렇게 하길 정말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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