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학교는 학부모의 학교 봉사나 학교 발전 기금 모금 행사에 참여하기를 상당히 강하게 권장한다. 학기초에 아예 돈을 얼마씩 기부하라고 전단지까지 다 뿌린다. 한국에서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이런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한다. 한국에서 듣기로는 미국 학교는 학부모들을 학교로 불러들이지 않고 그래서 미국학교가 좋다는 불평을 많이 들었는데, 이건 뭔가요? 미국 정신 문화의 고향이라고 자칭하는 MA주의 보스톤인데 여기는 미국이 아닌가 봉가.
얼마전에는 학교에 Secret Reader로 가서 책을 읽어 주었다. 말그대로 비밀리에 부모들이 날짜를 정해 교실에 갑자기 나타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다. 날짜는 담임선생님이 싸인업 지니어스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지하면 부모들이 그 웹싸이트에 들어가서 자신이 갈 수 있는 날을 기재한다. 다 해야 하는 건 줄 알고 나도 하긴 했는데 들어가 보니 몇 번씩 싸인업한 부모들도 있고 학기초 가까운 날짜는 이미 다 차 있었다. 이런 열성들이라니.... 나중에 보니, 낯짝 두꺼운 나같은 이들이나 뭣 모르고 했지, 한국 학부모들은 자신의 발음을 고려해서인지 이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은 겨우 30분 못 되는 시간이지만, 자신의 부모가 나타나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인 것 같다. 지우가 어느 날, "엄마, 엄마도 시크릿 리더 해 주면 안 되요?"라고 묻는 것이다. 짐짓, 등록하지 않은 척, "생각해 볼께." 라고 했다.
몇 일 전, 갑자기 교실에 내가 나타나자 지우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나는 예전에 들었던 스토리텔링 기법을 떠 올리며 서툰 발음이지만 최대한 현장감있게 동화책 인물들의 성격을 구현하려고 애를 쓰며 책을 읽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베드타임 스토리를 아빠가 읽어줄 때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가 마음대로 이야기를 지어내고 끝내버리는 쥐에 관한 이야기, 나름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이야기는 라푼젤 동화를 살짝 비튼 이야기였는데,
"So, 라푼젤 was 블라블라"
지우반의 데이빗이
"라푼젤? You mean Ra-PUN-zzzZel?" 그러는 거다.
입으로는 그랬지. "쌩큐 포 코렉팅 마이 프로넌씨에이숀" 쌩긋 웃어줬지만, 속이 쓰렸다. ㅋㅋㅋ
암튼 나는 지우를 위해 뭔가를 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왔고 그 날 픽업타임에 지우를 데려오며 "오늘 엄마가 시크릿 리더 하니까 어땠어?" 득의만만하게 물어 보았다.
"그게... 다른 엄마, 아빠들은 평범하게 읽는데 엄마는 목소리 흉내를 내서 쫌.... 창피했어요."
Oh! My! God!
내가 그 수모를 겪어가며. . 이거 왜 한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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