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스케이트를 등록하고 타러 갔다.
어제 선희씨가 숙임씨에게 인원이 모자라 폐강될 것 같다고, 같이 하자고 하는 했다는 얘기를 듣는 자리에 있었는데 숙임씨가 "언니, 같이 해요. 해요" 해서 "그럼, 그럴까?"하며 별 생각없던 수강 등록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수동적인 인간이다. 사람들은 내 첫 인상을 상당히 강하게 보고, 독립적으로 보기도 해서 이런 나를 보면 상당히 의아해 한다. 원서도 읽으면 해석도 오래 걸리고 해서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잘 안 보는데, 누가 선물이라고 사 주면 그래도 사 준 거니까 봐야지 하는 의무감으로 본다. 왜 그럴까..
처음으로 링크에 서 보니 생각보다 미끄럽고 약간 겁도 났다. 스케이트 레슨이래 봐야, 여기 레슨들이 다 그렇듯이.. 잠깐 시범 보여 주고 늬네가 알아서 타세요.. 하는 식이다. 한 다섯 번쯤 넘어진 것 같다. 그래도 한 시간 남짓 타다 보니 앞으로 무게 중심을 주면 넘어지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얀 링크 바닥을 쳐다보며 중심을 잡으려고 얘쓰며 스케이트를 지치다 보니, 왠지 마음이 평온해 지는 것 같았다. 아마 연아선수도 이런 링크의 서늘하고 차분한 느낌이 좋아서 스케이트를 좋아했으려나?
내가 타보고 한 가지 지우에게 미안한 것이 생겼다. 지우에게 스케이트를 사이즈3으로 사 주었었다. 그런데 스케이트는 절대 크게 신으면 안 되는 것 같다. 발에서 벗겨질 것 같은 느낌에 자꾸 발에 힘을 주게 되고, 몸에 비해 무거운 스케이트가 사이즈가 커질수록 더 무거우니 그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지우가 그냥 평범한 슬라이드 할 때에도 어느 때는 중심이 잘 안 잡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스케이트가 너무 커서였던 듯 싶다. 내년 겨울까지는 신게 하고 싶어서 아이들 옷이나 신발살 때 흔히 그러듯 한 치수 큰 걸 사주었는데 처음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에게 힘들었겠구나.. 싶다.
스케이트도 스케이트지만 숙임씨, 선희씨와 함께 타면서 넘어지고 낄낄 거리고 하다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재미있었다. 타다가 넘어져서 빙판에 앉아 있으면 "할 게 없어, 소트니코바 흉내 내는 거야, 지금?" "여기 빨리 그 녹색 날개 좀 가져다 주셈!"그런 농담들.. 운동하고 배가 고파, 숙임씨네 몰려가 라면을 먹었는데 어찌나 꿀맛인지,...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라면 먹는것도 재미있었고...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대단한 곳을 간 기억들도 남겠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소소한 일상을 다른 배경에서 함께한 기억들도 문득 문득 돌이키게 되며 그랬던 날들을 그리워 할 것이 분명하다.
칸쿤 다녀와서 계속 방바닥 파고 들어가려던 찰라, 이런 소소한 운동이라도 하게 되니 기분 전환이 되어 참 좋았다.
이번 봄학기에는 하바드 어학원 등록하라고 남편이 권유하는데, 이제 더 이상 기관에 소속되어 숙제하고 그러는게 꺼려지고 하고 싶지가 않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