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분주한 날이다.
아침에 윤서네에서 금요일에 할 문화수업 준비를 했다. 여기는 학교에서 학부모 참여를 많이 요구한다. 윤서엄마와 나는 피해갈 수 있으면 피해가자 라며 잠자코 있었지만, 역시... 선생님께서 "코리안 컬쳐 수업은 언제로?"라고 물어와 아주 기꺼운 '척'하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우리의 수업컨셉은 한국의 음력설인데 간단한 PPT로 설날, 세배, 떡국, 놀이에 대해 설명하고 투호와 제기차기를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여기 다국적 아이들을 상대로 문화수업을 한다는 것, 화살대같은 가는 나뭇대에 화살촉같은 반짝이 종이와 깃털을 붙이고 선물로 줄 스티커를 나누고 복주머니를 만드는 일은 들리는 것처럼 환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인형눈 붙이는 일처럼 단순 노동의 반복으로 복주머니 23개, 투호대 40개를 만들고 태극무늬를 자르고... 소치 올림픽 페어스케이트를 보며 이것을 준비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우리가 미국에 있으면서 맨날 브런치 먹고, 외국인 친구들과 쏼라 쏼라 떠들고 저녁이면 파티가는 줄 알겠지? 이렇게 쌔가 빠지게 학부모 노릇하느라 인형 눈 붙이는 일 비슷한 거 하고 있는 줄 모를거야, 절대.."
그래도 해 놓고 나니.. 뿌듯했다. 의상전공의 윤서엄마가 교구상에 가서 이것 저것 빨리 일을 끝낼 수 있는 것들을 척척 골라 담아서 그나마 선방한듯. 이제 수업만 잘 하면 되는데. 이 곳 아이들이 흥미있어할지...
지우는 오늘 처음으로 튜터링을 했다. 재미있었다며 숙제를 오자마자 바로 하고 있다. 저녁에는 곤이네와 아이들 공부를 봐주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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