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descriminating

그동안 묵혀두었던 ale을 한 병 반째 먹고 있다. 여기 오니 이런 저런 맛있는 맥주들이 많아서 자꾸 술이 느는 것 같다. 한국 맥주는 반성 좀 해야할 것 같다.

엘미라의 엄마는 완전한 백인이고 아빠는 수단 출신의 아프리칸이다. 두 사람은 다 의사였다.엘미라는 중동사람처럼 보인다. 엘미라는 미국 흑인과 결혼했다. 아이들은 흑인처럼 보인다. 몇 주 전인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는데 엘미라의 아들 제이가 다른 백인 아이와 놀고 있었다. 늘 그런 것처럼 남자아이들은 서로 차기도 하고 깔아 뭉개기도 하고 그렇게 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백인 남자 아이의 엄마가 와서 제이에게 "Don't touch him" 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들 건들지마.. 뭐 그런 얘기쯤 되겠지. 나는 못 들었는데 나중에 엘미라가 얘기해 줬다. 엘미라는 갑자기 표정이 확 바뀌더니 나에게 "저 얘 엄마가 인종차별주의자"라며 집으로 가 버렸다.  그때까지도 나는 엘미라가 좀 오버한다는 생각도 했다. 그 백인엄마는 흔히 말하는 과잉보호적인 부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우는 더 놀고 싶어해서 나는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그 백인아이가 다른 백인아이와 이전과 같이 서로 차고 깔고 뭉개고 노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 엄마는 다른 백인 아이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말로는 들었지만 그렇게 명확하게 목도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나는 좀 충격을 먹었다. 얼마전 인터내셔널 패밀리를 위한 시당국의 워크샵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살고 있는 브루크라인시의 인구 통계를 보면 50%가 넘는 인구가 메디컬분야나 엔지니어링등에 종사하고 있고 70%가까운 인구가 대학원졸업자이다. 정말 '놀랄 노'라고 할 수 있는 통계이다. 통계는 이 카운티가 미국내 거의 탑랭킹에 가까운 높은 교육과 직업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엘미라도 lawyer다. 내 머릿속에서 교육이란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열린 자세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나는 이 커뮤니키가 전체적으로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을 했었는지도...

그게 몇 주 전인데 어제, 그 엄마를 놀이터에서 또 마주쳤던가 보다. 엘미라의 아들과 그 백인엄마의 아이가 다시 놀려고 시작하자 엘미라는 자기 아들에게 "그 애한테서 떨어져 놀지마" 란 요지의 말을 했다. 갑자기 그 백인 엄마가 엘미라에게 쫓아오더니 "What the f### are you doing?" 으로 시작하는 말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손가락질을 하며 "How dare you do this to my son.." 블라 블라.... 니가 어떻게 감히 내 아들을 상대로 니 아들에게 놀지말라는 그 따위 말을.. 이런 요지의 말들이...
엘미라는 lawyer인 만큼 나중에 내가 들어도 감탄할 만큼 차분하게 대응했다. 그런데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그 백인엄마는 오늘도 픽업타임에 엘미라에게 와서 "We need to talk" 이라고 했다. 엘미라는 "나는 할 얘기도 없고, 너와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라고 했지만 그 엄마는 -엘미라의 말을 따르자면-  사과를 받고 싶어했다고...감히 사과를...

내 생각에 그 엄마는 엘미라의 외모로 미루어 엘미라를 스스로를 충분히 방어할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여러 사람앞에서 상식밖으로 대해도 되는 언어도 안 되고, 논리도 안 될, 유색인종- stay home mom 정도로 생각하고 그렇게 덤비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퍼스널 스페이스에 대한 존중이나 "Excuse me"를 짜증날 정도로 입에 달고 사는 이 곳 분위기에서 그런 식의 행동을 아이들 놀이터에서 했다는 것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이 세상은 무엇인가가 다른 상대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과연 가득차 있는 걸까? 사람들은 계속 자신의 잘못된 세계관과 문제를 짊어질 조금 다른 그 누군가를 찾고 있는 걸까? 그게 인종이 섞여 사는 중앙 아시아나 유럽, 미국에서는 인종의 문제로, 한국같은 단일인종 국가에서는 정치관이나 역사관이 다른 상대에 대한 증오와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는걸까? 세상은 과연 발전하고 있는 걸까?

내 ale, 이제 다 먹어 간다. 이제 자야겠다. 엎어져 자는게 브래인 디톡스라는 합창단 후배의 말을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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