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3일 목요일

field trip

지우 소풍간 날. 장소는 보스턴 칠드런스 뮤지엄. 규모가 어마어마한 건 아닌데 요소요소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을 많이 갖춰 놓았다. 지우는 한국에서 Arthor비디오를 많이 보고 좋아했는데 이 곳에는 한 섹션이 다 아서를 주제로 되어 있다. 예상하기로는 이 섹션을 아주 좋아할 줄 알았더니 그 보다는 버블과 연극 공연, 그리고 네트로 막아진 아주 큰 크라이밍 센터를 좋아했다.
학교에서 학생들 보호를 위해 보조교사(샤퍼론)에 자원하라고 두 번인가 공지가 날아와 자원했다. 여기 엄마들, 학교 자원봉사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아이들 소풍은 2시간여 정도인데 아이들 스무명에 샤퍼론으로 지원한 엄마가 9명. 또 이 자원봉사 엄마들은 자기가 알아서 차 타고 와서 박물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들이 스쿨버스 타면 자신이 알아서 돌아가야 한다. 엄마들이 자기 아이와 짝이 된 아이 한 명해서 약 두 명 정도씩 전담을 해서 데리고 다닌다. 한국같으면 '왜 엄마들 따라오라고 해서 엄마 못 가는 아이들 속상하게 하냐'고 난리, '얘들 그렇게 맡기면 보조교사도 있으면서 교사는 뭐하냐'고 난리. '이러면 엄마들 교통편 정도는 알아서 준비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난리... 그럴텐데 전혀 불평들이 없다. 엄마들이 아이들 다 데리고 다니고 선생님은 박물관 중앙에서 기다린다. 저 좀 여기 학교에 취직 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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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행기 조종실



여기 오기 직전까지 애정하던 아서의 뇌와 내장을 보면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표정이 생각을 가늠할 수 없군..





 이 클라이밍 센터가 상당히 독특하고 아름답게 생겼다.
한 시간 남짓, 박물관 둘러보고 박물관내 극장에서 어린이 연극을 관람했다. 사실 시시한 내용이긴 한데 아이들은 너무 재미있어 했다. 생각해 보니 여기 아이들은 '시시하다'라는 말을 잘 안 하는 것 같다. 내가 못 알아듣는 건가? 한국같으면 '에게...'할 것들도 꽤 있는데, 동네잔치라던가.. 하루 하루가 학교 끝나면 놀이터에서 놀거나 플레이데이트하거나 부모따라 공원가거나 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뭔가 조금 특별하면 이런 저런 재는 것 없이 신나하고 잘 노는 것 같다. 어린이 배우가 필요하다고 배우들이 자원할 사람 하니까 여기저기서 막 손을 드는데 지우도 손을 들었다. 뒤에 앉아있었는데도 "거기 퍼플 티셔츠 입은 어린이!" 하면 지목해 주어 지우도 무대에 나갔다. 지우의 역할은 puppy...

라이드를 해 준 야엘리 엄마와 오며 가며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지우 노는 것도 보고...다 좋았는데 한 가지, 지우가 박물관에서 나와 스쿨버스에 타려고 기다리며 나를 보고 막 눈물을 흘렸다. 가다가 돌아보고 '흐흑...' 하며 울고, 가다가 또 돌아보고 '흐흑..'하며 울고...십리도 못 가서 발병나는 아리랑을 미쿡에서 제대로 시연을 하는 것이다. 원래 아주 어려서 부터 신기한 것만 보면 앞도 뒤도 안 보고 쫓아가던 아이이다보니 이런 건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 아주 예외적인 일이었다.  지우가 그러는 걸 본 다른 엄마들이 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Oh.. She's so Sweet.", "That's so heart breaking.."그럴 정도이다 보니 나도 마음이 아렸다. 학교가서 점심 먹고 나면 또 바로 데리러 가느라 학교앞에서 만날텐데도 그러넹. 소풍이 끝나서 일 수도 있지만 그보단, 재미있게 잘 지내는 것 같아도 낯선 환경에서 지내며  저도 무의식중에 힘이 드는 것 아닐까? 그래서 가끔은 아주 감정적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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