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곤이 작은 곤이네와 함께 지우가 스케이트 렛슨을 받은지 거의 두 달이 되어간다.
지우는 렛슨 외에도 주말에 자주 링크에 가곤 했는데 곤이네 형제는 11월에 여행을 많이 다녀서 연습량이 적었다. 오늘 다음 텀에 사인하려면 레벨테스트가 있다면서 갑자기 코치가 아이들 연습중에 레벨을 적더니 코디네이터에 넘기고 지우는 다음 레벨에 넘어가고 곤이네는 지금 레벨에서 한 텀을 더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고 나자 큰 곤이 작은 곤이가 막 울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서럽게 울었다.
사실 울고 싶은 건 나였다. 지우가 다음 레벨에 가는거야 좋은 일이지만 그동안 곤이네와 같이 다니면서 내가 더 기뻤기 때문이다. 화요일 하루는 곤이네와 시간이 맞으니 놀 수 있고, 오빠들하고 놀면서 지우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도 속 터 놓는 사이인 곤이 엄마와 이야기 하니 추운 링크의 블리처에서 보내는 시간도 괜찮았다. 그래서 코디네이터한테 2번이나 같은 레벨 보내달라고 했는데, 일천한 영어로 얘기를 해서였는지 일종의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지금도 지울 수 없을 만큼 기분 상하는 경우도 당했다.
곤이 엄마는 아이들의 떼나 신경질이나 고집불통이 어디서 시작하는지 진심을 기울여 들으려고 하는 자세와 의지가 제대로 갖춰진 사람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인 나로서는 배우는 것이 많다. 곤이엄마가 차근히 아이들에게 이유를 묻자 울면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는데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큰 곤이 "나는 얘(지우)하고 같이 노는게 좋아서 시작한건데 이제 시간이 틀려지면 같이 놀지도 못하고.. 엉엉엉.."
작은 곤이 "억울하다고! 같이 시작했으면 그냥 같이 가야지 왜 다른 반에 넣냐고.. 그리고 오늘 새로 산 스케이트 신어서 제대로 타지도 못했는데.. 엉엉엉"
평소같으면 제 아는 거, 할 줄 아는 것에 입 대고 넘어가기 좋아하는 지우도 분위기 파악하고 가만히 앉아서 큰 곤이 눈물을 훔쳐 주었다. 오빠, 울지마...
내 자식보다 한 두 살이라도 많으니, 더 커 보이기만 하는 사내 녀석들이 그 순간은 정말 깨물어 주고 싶게 너무 귀엽고, 안쓰럽고, 뭐든 할 수 있으면 해 주고 싶은 심정.. 곤이 엄마와 내가 이렇게 저렇게 그 이유들에 답을 찾으려고 애를 쓰고 쓰면서 아이들도 진정되고 다시 웃고 놀았다. 저녁을 먹고 돌아간 그 두 형제를 생각하면 지금도 슬몃, 웃음이 난다.
돌아가면 이런 아이들도 다 내 학생들이 될텐데.. 하는 생각을 하던 그 짧은 순간은, 돌아가기가 두렵기만 하던 내 일터도 갑자기 그리워졌다.
근데, 아! 이제 블리처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게 느껴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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