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적인 주말이다. 혼자 술 먹는 재미를 만끽한 3일.
금요일밤 씐나게 달려나가 사온 와인 두병을 3일에 걸쳐 저녁마다 내가 다 먹었다. 남편은 술도 약하고 맥주를 즐기는 편이라 조금 먹고 술자리를 재빨리 접는다. 나는 늘어져서 아주 천천히 많은 양을 다 먹는 스타일이다. 엄마가 집에 와서 이런 걸 보면 딱 질색한다.
어느 때는 남편이 내 취향에 안 맞춰 준다고 재미없어 했는데 이제는 혼자서 술먹으며 책 봤다가 SNS도 들어갔다가 글도 썼다가... 일상을 즐기는데 몽환적인 감각이나 감정이 배로 살아나는 재미를 더 누릴 뿐이다.
와인을 좀 더 맛있게 아니며 부드럽게 먹는 법도 찾아냈다. 와인잔이 큰 이유가 다 있었다. 심심해서 와인잔을 감싸쥐고 손목으로 돌리다 보니 와인의 쎄한 냄새가 잔에 가득 채워졌다. 이런 향은 본래 와인의 맛을 감춰 버리는 것 같아 나는 좋아하지 않는데 저렴한 와인들이 특히 그런 것 같다. 그 날카로운 냄새가 다 이렇게 나와 버리면 와인 맛이 더 부드러워지는 거 아닌가 싶어 따른 와인이 잔에서 튀기 직전까지 치대다 보니 과연 맛이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생각해 보니 디캔딩 이라고... 예전에 본 어느 TV프로에서 와인을 투명한 큰 항아리 같은 것에 넣고 치대고 나서 따르던 웨이터를 본 적이 있다. 그게 이런 이유로 하는 거였구나!
술을 먹는다는 건...... 일종의 그리움이나 욕구불만을 달래는 의식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도 그렇다. 박제된 추억을 향한 그리움, 아직 조우하지 못한 미지에 대한 근원적인 호기심 같은 것들을 달랠 길 없어 몽환으로 숨어버리는 것. 그래서 한가지 결심한 건, 이건 시간을 정해놓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연히 내가 처리하고 책임져야할 현실이 존재하는 한, 이건 그 다음의 일이다. 그 다음의 일..... 항상 지우에게 하는 이야기, 할 일을 먼저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그건 나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하다. 할 일은 먼저 하고, 술을 먹든, 글을 쓰든... 사람을 만나든....
해야 할 일을 하고 남은 시간에 마시는 와인 한 잔은 얼마나 달콤하고 위로가 되는지...
아직 새해의 기운이 남은 1월.... 내 입에서 나온 제가 더 잘 할게요! 라는 말. 정성스럽게 사는 일... 다시 내일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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