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7일 수요일

실존

뭔가를 읽고 쓰고 싶은 날...

오후에 마트에 갔다가 와인이 할인을 해서 들고 왔다. 미국에서도 싼 맛에 사먹던 Gallo..
Moscato를 너무 많이 먹다보니 이태리제 맛에 익숙해서이기도 하고 ... 사실 단 맛 말고는 별로 맛이 있는 와인은 아닌 것 같은데 도수는 무려 9도...
아까 J가 두 잔 정도 먹고 내가 거의 다 끝낼 것 같다.

J이가 물었다.

-언니는 행복해?

 뭐......불행하다고 생각진 않으니까.

-어떻게 다들 서로 맞춰가며 사는지 신기할 때가 있어. 남편과 더 노력하고 싶지 않아. 왜 나한테 그러는지..밉구....언니네는 평온해 보여. 남편이 계속 사랑스럽고 그래?

 음.... 요즘 말로 썸타는 거.. 마음으로 썸 탈 때 있지. 술 기운 오르고 그러면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자주 못 본 이일 때가 더 많고... 근데, 실존이라는 게 엄정해. 자다가 악몽에서 깨서 칠흑같은 물속에서 올라온 것처럼 아득하고 춥고 두려울 때, 마음으로 그리운 사람은 아무것도 그 순간에 해 줄 수가 없어.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이가 내 목덜미에 팔을 내어 주고 떨리는 몸을 감싸 주지. 결국 현실에서 사람의 온기가 가장 필요할 때 내 옆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어.....
 

2014년 12월 10일 수요일

이런 오래된 도시에서 겨울을 맞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세월과 역사가 내 어깨 위에 고스란히 올라 앉은 느낌... 첨단의 기기를 쓰고 이름이 긴 프렌차이즈의 커피를 마셔도 켜켜이 쌓인 세월속에서 왔다가 나도 역사의 한 티끌로 사라질 거라는 걸 체득하고 살아가는 삶... 모든게 갈아엎히고 반짝거리 곳에서 내 세대만을 바라보고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과는 분명 다른 그 무언가가 있겠지?
한 장의 사진으로 불쑥 내 머릿속으로 들어온 생각....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그런 날이 있다.
그 순간만큼은 완전하게 사랑한 사람과 함께한 행복한 하루.
사랑은 완성되지 않아도 그런 아름다운 하루는 그 자체로 완성형이다.
지금 함께 있지 않아, 일상으로 매몰되거나 퇴색되지 않고 추억속의 현재로 남아있는 날...
이 노래를 들을떄면 심장 한 켠에 접어 놓은 그 사람, 그 하루가 물감처럼 번져나간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얘기에 서글픔없이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노래.